칼럼) 스케치업 크라우드 펀딩 진단 '웹툰 배경 참여형 프로젝트 잠적 사건에 부쳐'

 


 

칼럼) 스케치업 크라우드 펀딩 진단 

'웹툰 배경 참여형 프로젝트 잠적 사건에 부쳐' 

 

 

2010년대를 관통하는 몇 가지 소비의 흐름 중 하나는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최근에는 스타트업들이 상품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시키기 전에 미리 조금 싼 가격으로 초기 생산자금을 모으거나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방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자본이 부족하지만 기술력은 있는 스타트업들이 투자를 받기 전 생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중 킥스타터는 가장 유명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중 하나로, 많은 스타트업들의 제품들이 펀딩을 거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적인 상품 판매와는 다르다. 일반 상품 판매는 자본을 가진 기업 등이 상품을 만들어 유통-판매를 담당하지만,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 프로젝트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소정의 금액을 “밀어주는” 형태를 띈다.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프로젝트와 리워드가 가능하다. 때문에 앞서 말한 스타트업은 물론, 1인 사업자나 프리랜서들도 참여가 가능하다. 물리적 실체가 있는 상품이 리워드(보상)으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무형의 리워드도 적지 않다. 영화 프로젝트의 경우는 시사회나 감독과의 대화 참여등의 보상이 주어지기도 하고, 공연 프로젝트의 경우 우선 입장권 등이 주어지기도 한다. 몇 년 사이 한국에서도 텀블벅, 와디즈 등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웹툰계에도 2014년을 시작으로 각종 단행본 펀딩들이 성공을 알렸다.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는 2014년 11월 하가 작가의 <시타를 위하여> 단행본 프로젝트가 5천여만원에 달하는 액수를 기록하기도 했고, 2015년 6월 김달 작가의 <여자 제갈량> 시리즈 중 1권이 3천 4백여만원, 1160%로 웹툰 단행본으로는 당시 최고 달성률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초기 크라우드펀딩은 인기작의 단행본 출간 프로젝트가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웹툰계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스케치업을 활용한 웹툰 배경 펀딩이다. 2018년 4월 한 웹툰 배경 펀딩 프로젝트가 1억원을 넘게 모금했고, 동시에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줄을 이었다. 배경뿐 아니라 만화에 사용 가능한 브러쉬, 폰트, 효과 등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

 

스케치업은 트림블 내비게이션사의 프로그램으로,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3D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스케치업의 특징 중 하나로는 스케치업 전용 공유 플랫폼인 웨어하우스(창고)가 있다. 웨어하우스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이 만든 모델을 업로드, 공유하는 플랫폼이지만 상업적 용도로의 이용은 명시적 허가가 있거나, 업로더와 상호간 협의가 있지 않은 경우 상업적 용도로의 활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펀딩을 열어 500여만원을 모금했던 한 프로젝트가 문제가 됐다. 스케치업을 활용한 해당 웹툰 배경의 제작자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업적 목적의 사용이 제한되어 있는 웨어하우스에 올라온 기존 모델들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펀딩 개설자는 “해당 사이트의 소스를 사용한 것은 맞으나 저작권상의 문제는 없다”고 주장하며 현재까지 약 2개월간 어떠한 답변도 없이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만화가협회의 스케치업 모델 사용 가이드라인에서도 웨어하우스를 사용할 경우 1) 원 저작자의 동의를 얻을 것, 2) 구매자(후원자)에게 웨어하우스의 소스 사용여부와 사용범위, 출처를 구체적으로 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펀딩에서는 그 원 저작자 동의여부나 사용여부, 사용범위,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런 요소들이 웹툰 제작에 사용된다는 점이다. 스케치업이나 효과 등 웹툰 제작에 쓰이는 요소가 저작권을 침해할 경우, 이를 웹툰 제작에 사용하면 일이 복잡해진다. 연쇄적인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제품’들을 당장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쌓아놓고 작품에 필요할 때 마다 꺼내쓰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저작권을 위반한 웹툰 제작요소는 그때그때 확인해서 처리하지 않으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게다가 모금액 환불을 거부하고 창작자가 잠적해버린 탓에 법적 대응은 불가피해 보인다. 텀블벅 측에서는 4차례에 걸친 공지사항을 통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 적극 지원할 것임을 알렸다.

 

이와는 별도로 후원자들도 대응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후원자들은 텀블벅이 중개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대응을 나서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자 보호원등을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텀블벅에서도 후원자 개인에게 펀딩을 진행하고 잠적한 개인의 정보를 알려줄수는 없지만, 기관에서 협조요청을 할 경우 적극 협조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크라우드 펀딩이 어느정도 창작자와 개인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물리적 실체가 있는 리워드는 제작과 배송에 비용이 든다. 반면 물리적 실체가 없는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상품의 제작-배송이라는 프로세스가 없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운동이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후원이 아닌, 본인이 사용하기 위한 ‘디지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품의 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일반 ‘굿즈’ 펀딩의 경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배송비처럼 일정 금액을 일종의 ‘감수 비용’으로 책정해 업계 전문가 등에게 감수를 받는 비용으로 사용하거나, 에스크로(안전거래) 방식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펀딩금액을 지급하는 등의 안전망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창작자들의 저작권 의식이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스케치업 크라우드 펀딩에서 웨어하우스의 리소스를 사용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심지어는 기존에 판매중이거나 펀딩을 했던 요소를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경우도 있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웹툰 제작 요소가 저작권을 위반할 경우 이를 사용한 작가들의 연쇄적인 저작권 위반이 우려된다. 때문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는 약관 수정 등을 통해 최초 펀딩을 요청할 때부터 저작권 위반시 법적 책임에 대한 부분을 분명히 하고 펀딩에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한편, 창작자들의 저작권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와 ‘후원자’의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저작권 이슈가 이런 신뢰를 깨뜨릴 경우, 크라우드 펀딩 업계는 물론 웹툰업계 전반의 신뢰도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때문에 펀딩을 통해 스케치업 도구들을 판매하고자 하는 창작자라면 반드시 약관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관련 협회등의 단체에서도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때문에 이를 준수하는 창작자와 업체들에게 인증을 해주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웹툰 제작용 도구 판매가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도, 창작자는 물론 도구를 소비하는 작가들의 저작권 의식은 필수적이다.

 

크라우드 펀딩에는 장단이 있다. 쉽고 빠르게 웹툰 제작용 도구들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저작권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당연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웹툰의 제작이 세분화되며 다양한 소스를 작가들이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웹툰의 ‘제작’에 해당하는 부분에 소요되는 비용까지도 작가들이 직접 비용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웹툰 제작으로 이득을 보는건 작가뿐만이 아니다. 작품을 걸고 판매하는 플랫폼 등의 관계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작품을 제작하는데 작가가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이나 에이전시, 제작사 등의 책임은 어디로 갔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본적으로 창작자와 후원자가 한 팀이 되어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게 된다. 때문에 창작자와 후원자간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가 법적 책임을 묻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이를 타산지석으로 시스템이 정비되고 앞으로 악성 유저를 걸러낼 방법이 생긴다면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웹툰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어떻게 작가에게 지원할 것인지는 업계 전체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일이다.​ 

 

㉠ 킥스타터: https://www.kickstarter.com/

㉡​ 만화가협회의 스케치업 모델 사용 가이드라인: http://www.cartoon.or.kr/board/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1210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8월 06일

등록일: 2018년 8월 14일

수정일: -

 

 

[ 관련 기사 "한 스케치업 관련 크라우드펀딩 창작자, 소스 무단 사용 및 잠적 사태 발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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