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건 <쌍년의 미학>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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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년의 미학

당신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건 <쌍년의 미학>


썅년의 미학

official icon 당신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건 <쌍년의 미학>

당신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건

<쌍년의 미학>, 민서영, 2017-연재중



흔히 여성혐오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성녀-창녀 이분법을 꼽는다. 여성을 성녀와 창녀 두가지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현대의 언어로 풀면, 개념녀-김치녀 이분법이 된다. 이 말의 문제는 여성에게서 자신을 카테고리화 할 권력을 빼앗고, 성녀로 분류된 사람들을 치켜세우고 창녀로 분류된 사람들을 깎아내림으로써 여성 자체를 더욱 수동적인 평가의 대상으로 만든다는데 있다. 또다른 문제는, 여성 자체가 평가의 대상이 되면서 여성이 아닌 존재들이 여성을 판단하고 평가할 권력을 갖게 된다는데 있다.

민서영 작가가 연재중인 <쌍년의 미학>은 이런 이분법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민서영 작가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 하는 여자를 사회가 부르는 말을 “쌍년”이라고 정의한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 하고, 타인의 욕망이 투사되는 것을 거부하는 여성을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작가는 작품의 제목부터 남성에 의해 붙여진 라벨을 자신이 직접 써서 붙임으로써 주체성을 획득한다. 이기적인 쌍년이 되어야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겠노라 선포한다.




4컷만화로 표현되는 작품은 여성이 겪는 차별적인 말들, 그리고 ‘사회의 시선’이라는 말이나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남성들의 언어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머리 긴 여자가 좋다, 머리가 긴게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미용실에서 “투블럭으로 밀어주세요”라고 말하거나, 너무 예뻐서 그러는데 연락처좀 달라는 말에 “제가 예쁜데 왜 그쪽에게 연락처를 알려드려야 해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 너머에는 그동안 가려지고 숨겨졌던 여성의 삶이 녹아있다.




남성과 여성의 삶은 철저히 분리되어 있었다. 남성은 여성의 삶을 ‘모를 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의 삶은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층위와 수준에서 다루어졌다. 그런 매체들에서 여성은 남성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존재로 그려졌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독한 악역’ 정도를 맡았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더라도 헌신적인 어머니 서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가사노동 포기를 선언한 이후의 가족을 그린 2008년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주목을 받은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여성의 삶을 남성들이 모를 수 있었던 것은, 여성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목소리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로 대표되는 혐오발언들로 발언권이 제한됐다. 남성의 경험은 보편적인 것으로, 여성의 경험은 특수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압도적 다수의 성폭행범과 불법촬영 범죄자가 남성이라고 해도, 한쪽에서는 ‘남성 피해자도 있다’는 말을 동등하게 받아들여 달라고 말한다. 이처럼 여성은 비이성적이며,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편견과 혐오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다. ‘신경질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히스테리는 여성의 자궁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 혐오의 ‘혐’의 한자어에는 “여자 여”가 붙어있다. 여성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혐오는 아주 오래된 악습이다. 이런 식으로 지워지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게 고작해야 몇 년 되지 않았다. 다행히, 만화계에도 그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여성의 삶을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 필요했던 세상에 등장한 작품. <쌍년의 미학>이 그 중 하나다.




평가할 수 있다는 건 권력이다. 뿐만 아니라, 불안해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차별이라는 말에 ‘피해망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 별게 다 권력이라는 불만이 들린다. 놀랍게도, 그렇게 불평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이다. 배제당한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이다. 남성들 사이에서 “요즘엔 다 성희롱이라고 해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는 불평이 들린다.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여성과는 식사도 함께 하지 않는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소위 ‘펜스 룰’을 운운하며 여성을 배제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천년의 억울함으로 가슴을 치며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만화는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만화다. <쌍년의 미학>에는 그 해답이 적혀 있다. 당신들이 그를 뭐라고 부르건, 그는 스스로를 이름 붙일 자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한줄평)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하다. 내가 나를 뭐라고 부르건, 나는 나라는 선언이다.


장점

  • 짧고 쉽게 이해 가능한 구조로 전달하는 이야기
  • 현실의 경험들을 모아 짧고 임팩트있게 재가공
단점

  •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가 많아 '사이다 서사'에 묻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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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봄
  • 작성자 : 푸른봄
  • 작성일 : 2018/09/30 - 01:18
  • 소개글
만화를 좋아합니다.
때문에 웹투니스타를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평론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화 평론과 만화계 전반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문의 : webtoonist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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