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리뷰대회 개인적인 후기: 리뷰의 형식과 방법


 ※ 이 글은 애니큐어와 웹툰인사이트가 공동주최한 <서브컬처 리뷰대회>의 개인적인 후기에 해당한다.


 1. 이번 <서브컬처 리뷰대회>에 투고된 글들에서는 몇가지 결이 확인된다. 장기짝(심화)님-마루님-진념일직선님의 리뷰는 각각 만화-웹소설-비주얼노벨에 대한 매체비평으로, 장기짝(일반)님-프레그랑님의 리뷰는 각각 스포츠와 로맨스 장르에 대한 장르비평으로, 천연마님-오렉시스님-마에티님의 리뷰는 각각 장애인-성과주의-전후일본에 대한 사회비평으로, 헤야님-천형오님의 리뷰는 작품에 외부 방법론을 적용한 인문비평으로, 김영민님-티시페님-필리아님-하쿠님의 리뷰는 감상문의 성질을 띈다고 읽을 수 있다. '리뷰'라는 하나의 단어를 두고 이토록 다양한 결이 확인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에 대해 위에 언급한 리뷰들을 중심으로 간단하게나마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2. 한데 나는 '리뷰'에 대해 얘기한다면서 위에서 장르'비평'이니 매체'비평'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리뷰와 비평은 어떤 관계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비평'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선행해야겠다. 나는 리뷰를 하나의 '비평적 에세이'로 부르곤 하는데, 그렇다면 '비평적'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이는 분명 '비평'과는 다르다. 하지만 '비평적'이라는 말은 분명 '비평'에 빚지고 있다. 리뷰는 비평은 아니지만 비평적 작업이다. 'a는 A적이다'라는 말은 'a는 A같다' 내지는 'a는 A처럼'이라는 말과 동격은 아니지만 적어도 a가 A의 성격을 취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므로 '비평적'이라는 말은 비평에 가깝거나 그에 준하는, 또는 비평을 지향한다는 정도의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비평'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지 않는다면 '비평적 에세이'라는 말의 의미를 가늠하는 것도 불가한가? 나는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평적'이라는 말은 '비평'의 성질을 취하지만 '비평'이 아니므로 '비평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비평의 성질'을 이야기하는 것이 요구된다. '비평의 성질'은 '비평'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하겠지만 충분한 것은 아니다. 비평의 성질이란 비평의 대상이 되는 것을 '물음잡아내'는 것을 말한다. 어떤 대상에서 자신이 밝혀낼 부분을 잡아내고 그것에 대해 질문하고, 또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사유를 전개하는 것이다. 이 전개가 개인적인 영역(일기, 메모 등)에서 머무르기 보다는 예비독자를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사회적인 형태로 가공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리하자면 '비평적'이라는 말은 '어떠한 대상에서 자신이 질문할 곳을 잡아내어 사람들이 볼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한다는 비평의 성질을 따르는'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내린 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물음에 물음을 반복하는 순환의 어지러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제 여기서는 다음으로 넘어가자.

 3. '비평적 에세이'라는 말에서 '비평적'이라는 의미가 문제가 된다면 역으로 '에세이'라는 말도 문제시 될 수 있다. 'A적인 무엇'은 A가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묻고 있는 것은 '비평적 에세이'이지 '에세이적 비평'은 아니므로 '에세이'의 보통 의미를 따르는 것이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 보통 의미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해보도록 하자. 이 서술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지점이다. 어떠한 글쓰기에서 요구되는 자유도는 그 목적에 따라 일정한 형식적 제약을 부여받는다. '비평적 에세이'인 리뷰에서 요구되는 자유도는 어느 정도의 자유도인가? 이는 글쓴이의 의도와 지향에 따라 다르겠으나, 공통적인 기조는 '물음하려는 태도'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기했던 이야기에 따라 '비평적 에세이'는 '비평의 성질을 취하는 에세이'이고, 비평의 성질이란 대상으로부터 질문을 잡아내어 언어적으로 전개하는 것이므로,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 그 리뷰는 이후에 어떤 형식과 방법을 채택하던 간에 '비평적 에세이'로서 하나의 리뷰에 도달했다 할 수 있다.

 4. 하여 A비평으로서의 리뷰는 A라는 지점에 해당하는 층위의 질문을, 물어지는 것을 향해 던진다.

 4.1. 매체비평으로서의 리뷰는 질문잡는 매체의 특징과 대상작품의 특징 간에 어떠한 상호작용이 있고 그 작용이 어떤 역할과 가능성을 가지는지를 검토한다. 이 점에서 장기짝(심화)님의 리뷰는 텍스트와 이미지의 연속과 배치라는 만화의 연출적 특성이, 잃어버린 기억의 집적이라는 시사적인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와 또 독자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지점에서 어떠한 강점이 있는지를 서술한다. 마루님의 리뷰는 회귀라는 서사적 장치가 웹소설이라는 틀 안에서 어떻게 기능하고 이 기능이 어떤 시사성을 지닐 수 있는지를 서술한다. 진념일직선님의 리뷰는 선형적임과 동시에 다방향적인 비주얼노벨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게임의 게임성과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4.2. 장르비평으로서의 리뷰는 매체비평과 비슷하지만 질문잡는 것이 장르라는 점에서 다르다. 매체만큼이나 장르도 매우 다양하므로 장르마다 다른 독법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장기짝(일반)님의 리뷰는 기존 스포츠장르 문법의 연장에서 댄스스포츠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 어떻게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다룬다. 프레그랑님의 리뷰는 로맨스장르에 존재하는 작법 중 미소지니적인 면을 지적한다.

 4.3. 사회비평으로서의 리뷰는 작품-내-사회에서 작품에 반영되었거나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이야기에 대해 다룬다. 매체비평이나 장르비평이 매체 또는 장르 내부의 룰을 의식한 서술을 한다면 사회비평은 그 범위가 '사회'로 매우 광범위하고도 서술이 다소 직접적이다. 또한 실제의 무대를 비평의 대상으로 잡아낸다는 점에서 특히 윤리적인 문제가 부각된다 . 이 점에서 천연마님의 리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 차별과 혐오를 작품이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오렉시스님의 리뷰는 오늘날 특히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과주의에 안식이 필요함을 리뷰를 통해 역설한다. 마에티-나열님의 리뷰는 전후일본의 전후처리에 대한 인식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변화하는지를 이야기한다.

 4.4. 인문비평으로서의 리뷰는 특정한 인문학적 철학적 시선을 통해 작품이나 현상 이면의 흐름을 읽어낸다. 이러한 방식은 리뷰에서 가장 많이 시도되는 형식인데, 장르비평은 장르의 문법을 알아야하고 매체비평은 매체의 특성을 알아야하는 데에 비해 소위 '인문학한다는 사람'이라면 인문비평은 시도해볼 법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견해로 하여금 작품을 이론에 끼워맞추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이 점에서 헤야님의 리뷰는 작품의 줄거리와 상징을 니체 철학의 핵심인 신의 죽음과 위버멘쉬의 탄생을 적용하여 읽어낸다. 천형오님의 리뷰는 작품의 줄거리와 재미가 구조주의 서사 이론을 기초로 다양한 변주를 하는 점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한다.

 4.5. 감상문으로서의 리뷰는 주로 개인적인 층위에서 대상작품이 어떤 위상을 지니는 지를 서술한다. 김영민님-필리아님-티시페님-하쿠님의 리뷰는 감상문의 성질을 띄고 있는데, 작품의 사회적 의미나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본인의 감상을 서술한 것으로서, 이 감상이 보다 구체적이 된다면 얼마든지 리뷰로서 가치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개인의 미시성을 드러내고 그 미시성을 공유함으로서 나-타자의 정체-서사(앤소니 기든스)를 재확인하는 데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5. 여하튼 이처럼 '리뷰'에 해당하는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엄밀히 말해서 이들을 모두 '리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래도 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도 나는 이 모두를 일단은 '리뷰'라고 부르고자 한다. 리뷰를 쓰는 것에는 그 어떤 자격이나 명성도 필요없다. 그 방법론이나 전개방식 역시 자유로운 것으로 남기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지 않는 것처럼 글을 쓰지 않는다. 리뷰를 쓰는 사람들도 과거보다 매우 많이 줄어들었다. 리뷰쓰기의 활성화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할까? 제도권의 지원? 이론의 구축? 사람들이 리뷰를 쓰기 위해 글쓰기 비법서를 읽거나 관련 내용을 인터넷에서 찾아볼까?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풀뿌리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리뷰쓰기에 대한 용기와 정동을 계속해서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생활리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리뷰가 여기저기서 많이 노출되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리뷰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이나 자격논의보다도 선행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해볼까?'라는 생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다음 행동'으로 나아가기 위한 영구지침이다. 단지 이러한 지향을 잃지 않기 위한 단 하나의 조건은, 바로 우리의 사유활동이 우리 자신을 좀 더 좋은 삶으로 이끌어간다는 것─이 과정을 치유Cure라고 부르도록 하자─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고, 바로 이 증명과정 또한 매 하나하나의 좋은 리뷰와 그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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