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세 작가, <카페 OK(CAFÉ OK)>

여운이라는 말이 있다. "아직 가시지 않고 남아있는 운치" 혹은 "떠난 사람이 남겨놓은 좋은 영향"이라는 뜻인데 즈세 작가의 [카페OK]는 매 편마다 독자에게 남기는 여운이 진하다. 덕분에 복잡한 도심 속에 나 홀로 천천히 걷고, 나 홀로 차분히 숨 쉬는 듯한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데 정말 요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즈세 작가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일러스트를 전공했다. 입학 전과 초기 습작들을 찾아보면 지금과 달리 사람을 그리는 것에 주력했고 만화의 형태보단 한 폭의 일러스트에 더 집중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 의인화된 캐릭터들을 2014년부터 현재까지 그라폴리오를 통해 꾸준히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2015년 진행한 CAFE 'OK'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긴 호흡을 가진 완결성 있는 스토리텔링 만화에 도전했고 이는 150%에 육박하는 성공과 함께 작가가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 보내는데 성공한다. 이 외에도 2017년 10월 "새앙쥐씨네 이야기"라는 그림책 출간을 위한 펀딩에 도전해 400%가 넘는 성공률을 보였고 2018년 5월 기준 현재 텀블벅을 통해 진행되는 있는 "아기 여우 여행기"를 핸드북 펀딩이 30일가량을 남기고도 이미 250%가 넘는 후원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그리고 [Cafe OK]는 2017년 6월부터 저스툰을 통해 연재하였다.

우리는 즈세 작가의 작품을 얘기할 때 일러스트 작가로서의 면모와 만화가로서의 면모를 따로 분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통점은 의인화된 캐릭터들의 등장과 작가만의 따뜻함일 수 있겠으나 스토리텔링을 호흡을 통한 나열과 분배, 그리고 웬만하면 통일되어야 하는 그림체가 만화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면 일러스트에선 약간씩의 실험을 통한 변화를 추구하는데 그 첫 번째 요소는 겉선의 굵기와 컬러의 변화, 두 번째는 브러쉬의 활용을 통한 재질감의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분명 역량 있는 작기이기에 일러스트에 있어 지금보다 조금 더 과감해져도 이루어 낼 수 있는 성과들이 많지 않겠냐는 아쉬움은 있지만, 작가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따뜻한 세계관을 독자 혹은 감상자에게 늘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 감정선을 깨트리거나 혼란스럽게 만들기 않기 위해 큰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이 또한 작가의 선택이라 존중하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큰 감상 포인트다.




2018년 4월에 출간된 [카페 OK]는 로고디자인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잔 자국부터 양장본을 통한 고급스러움까지 많은 부분에서 작품의 취지와 분위기를 출판사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덕분에 소장하고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앞서 말했던 읽고 있으면 이 바쁜 도심 속을 나 혼자 천천히 걷고 있는 것 같고, 또 숨 한번 쉬는 것도 그렇게 여유로울 수 없으며 세상 모든 것이 따뜻해 보인다. 하지만 이 따뜻함은 분명 다른 작품들에서 자주 활용되는 따뜻함과 차별점이 있다.

따뜻함을 이미지로 만들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은 과도한 라이팅(Lighting)과 물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컬러조합, 그리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활용되는 텍스쳐(질감)들이다. 그러나 [카페 OK]는 그것과 전혀 다르게 과도한 라이팅이 없고 모든 캐릭터의 털과 옷의 재질, 자연을 표현하면서 물기가 느껴진다. 영화로 치면 8, 90년대 홍콩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젖어있는 필름의 느낌인데 이것을 잘못 활용하면 우중충한 분위기로 전락할 수 있겠지만 작가는 색의 조합과 캐릭터의 연기, 약간의 텍스쳐들을 활용해 촉촉한 분위기로 독자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있고 이는 퍼석거리며 갈라져 있는 오늘날의 결핍에 꼭 필요한 따뜻함이다.

작가가 가장 잘 활용한 부분은 바로 캐릭터들의 행동과 망설이고 엇갈리는 타이밍의 활용으로 대부분 스토리가 이 호흡으로 이어져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릭터의 깊이감이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모든 작품이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들은 분명 숨을 쉬고 있어야 하고 행동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한 작품에서 많게는 수 십 명의 연기를 계산해야 하는 작가의 입장에선 이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부분에 있어 의인화된 동물들의 특성을 잘 활용하고 연출된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쉬운 감정이입을 가능하게 하고 그것이 앞서 설명한 촉촉한 느낌과 함께 분위기를 더한다.




작품이 숲속의 소박하고 조그마한 카페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와 시시콜콜하지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로 세팅되어 있다면 그 위에 이루어지는 스토리라인은 비비의 속마음과 망설임, 또 여러 타이밍의 부조화가 불러오는 오해와 해결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이것은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으로 오해와 갈등의 해결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적립과정이기도 한데 현재 [카페 OK]의 1권은 이 과정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조합을 이루며 끝이 났고 2권부턴 미미와 늑대 씨, 여우 씨의 이야기가 좀 더 중점을 이룰 것이다.


삶에서 여유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여유는 사람을 미소 띠게 만들고 타인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을 한 번이라도 더 발현시킨다. 하지만 그 여유는 쉽게 우리 곁에 있어 주지 않으며 여러 노력 끝에 잠시만 동행한다. 가까이는 금전적 이득을 통한 여유로부터 멀고 넓게는 국가 차원의 안전을 통해 삶의 여유를 보장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우린 사람의 여유를 찾거나 추구할 수 있고 그중에 단연 큰 비중은 예술 혹은 컨텐츠를 감상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카페 OK]는 그런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의 여유를 찾아주는 작품으로 최근에 감상한 작품 중에선 거의 유일하게 그 느낌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빠르게 걷던 내 발이 멈췄으며 가쁘게 내쉬던 나의 숨소리가 제자리를 찾았고 하늘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한번 보이고 다시 길을 걸어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이 필요한 분들은 이 작품을 사서 초반부를 꼭 감상했으면 한다. 작가의 노력 끝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촉촉함이 우리의 삶에 여유와 미소를 되찾아 줄 것이다.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이 작품은 13,000원이다.


* 본 리뷰/평론은 이재민 웹론평론가와 성인수 만화평론가/작가 공동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재민 웹툰평론가는 웹툰을 기준으로, 성인수 만화평론가/작가는 출판만화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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