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제된 사람들의 기억을 따라서, <너의 여집합>

<너의 여집합>은 냠냠OK 작가가 베스트도전에 연재하고 있는 만화다. 주인공 혜진이 버스에서 수수께끼의 인물을 만나고, 이후에 그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비정기연재라는 점은 아쉽지만, 그만큼 탄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집합’, 나를 제외한 나머지의 집합.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 혜진은 물건의 기억을 읽거나, 나아가 사람의 마음도 읽을 수 있다.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혜진은 자신을 위한 ‘완벽한 계획’을 짜 놓고 그 계획에 맞추어 생활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 계획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버스에서 한번 만났을 뿐이지만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사람의 죽음을 뉴스를 통해 보게 된 혜진은, 남들에게 배제되어 온 자신이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스쳐 지나간 인연일 뿐이지만, 외로웠던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사람대 사람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의 죽음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배제는 가장 쉬운 혐오의 방식이다. 존재하는 사람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어떤 그룹에 들어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은 그들을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는 가장 쉬운 방식이다. 작가는 작품에서 주민등록증을 통해 이런 혐오를 눈에 보이게 만든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지만 ‘법적으로’ 성인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인공은 우리 사회가 배제시킨 청소년을, 그리고 ‘법적으로’ 인간이지만 동등한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많은 소수자들을 그린다. 우리 사회가 배제하는 방식으로 지워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그마저도 차단당한 사람들이다. 주인공 혜진은 물론,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스쳐지나간 ‘윤다임’, 자신이 왜 이렇게 아픈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했던 ‘하루’까지, 모두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한 사람들이다. 우리 사회가 배제시킨 사람들의 모습이 이 작품의 은유와 비유를 통해 그려진다.


너의 기억을 따라서


작품 속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살을 결심한 혜진의 눈 앞에 마법같은 일이 펼쳐진다. 하루가 혜진을 죽음을 맞은 다임으로 착각해 구해낸 다음, 하루와 다임이 공유하는 기억들을 혜진이 함께 따라가게 된다. 혜진은 하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기억을 읽어내는 능력으로 다임의 기억이 담긴 타임라인을 읽고, 그 기억을 공유하게 된다.


그렇게 기억을 따라가면서, 혜진은 다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어간다.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그의 모습을 알게 되면서, 혜진이 어떻게 바뀌어갈지가 이 작품을 보는 주요 관전포인트가 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했던 혜진은 과연 다른 사람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여집합’인 혜진은 또다른 여집합을 만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또한 혜진의 경험은 공감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들을 알아가기 위해 질문하는가? 우리가 배제한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만 잘 살면 돼'가 시대정신이 된 지금, <너의 여집합>은 좋은 질문을 떠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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