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만나는 "곱게 자란 자식"의 이무기 작가 인터뷰 - "저 보단 작품에 더 주목해 주세요"


Q. 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다음에서 <곱게자란 자식>을 연재했던 이무기입니다.

 

Q. <곱게자란 자식>이 완결 된지 1년이 조금 지났습니다. 뭐하고 쉬셨는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 조금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운동도 많이 했어요. 저는 '재활 운동'이라고 부르는데(웃음). 차기작도 준비하면서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Q. 2014년 SICAF 올해의 주목할만한 작가상, 오늘의 우리만화상, 작년에 부산웹툰페스티벌에서 상을 두개나 받으신데 이어 올해 부천만화대상까지 만화가가 작품으로 받을 수 있는 어지간한 상은 다 받으셨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상을 받고 기분이 어떠신지?

- 상을 받으면 항상 수상 소감을 말해야 하는데, 수상소감 말할 때 마다 무섭더라고요. 평생 올라가본 적 없는 무대에 올라가서 수상소감을 하려니까 말이 잘 안 나와서 그냥 읽었습니다. 사실 상금이 제일 좋죠(웃음). 상금을 받으면 아, 또 몇달 따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요(웃음).

사실 부천만화대상이라는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상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아,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내가 이 상을 받고 나중에 사고 하나 치면 큰일 나겠구나, 하는 마음도 조금 들었고요. 그래서 부담감이 좀 더 많이 생겼죠. 

 

Q. 어제 개막식에서 수상소감을 말씀하실 때, 영화감독님 이름을 말씀하셨습니다. 영화화나 드라마화 기대해도 되는건가요?

- 그 분이 저에게 정말 고마운 분이거든요. 제 작품의 판권을 팔아 주신 분이세요. 아직 그 판권으로 컨텐츠가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어려웠을 때 큰 힘이 된 분이라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제 말씀드린 순서는 말하자면 제가 춥고 힘들 때 따뜻하게 만든 순서라고 할까요(웃음).

다른 콘텐츠로 만들기 힘든 작품이라 노력은 하고 있는데, 사실 판권 계약이 1년정도 남아서 과연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판권 문의는 여러 채널로 많이 들어오고 있어서,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죠.

 

Q. 예전에 다음웹툰의 박정서 대표가 "작가들을 많이 봤지만, 진짜 천재는 딱 한명, 이무기 작가다"라고 말한걸 들었습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시겠지만, 박정서 대표가 당시에 이야기 만드는 방법, 콘티가 없이 라이브로 이야기를 만든다면서 그렇게 말한 걸 들었어요. 그래서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 박정서 대표님이 "어디 가서 그렇게 얘기하지 마라"고 농담처럼 얘기하셨거든요. '밑천 드러난다'고(웃음). 예전에는 그렇게 했었어요. 예전 작품들을 할 때는 '내가 만화가가 맞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 미래를 그리기 힘든 상황이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마감을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더이상 늦출 수 없을 때 까지 모른척 했죠. 그러다 보니까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콘티 없이 그리는 방법이었고, 그렇게 즉흥적으로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곱게 자란 자식>을 할 때는 "이렇게 하다간 정말 매장당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까 '두 번 기회는 없다'는 생각으로 돌다리를 두들겨 보듯이 콘티를 짜고 스토리 고민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독자님들의 응원을 받을 때 마다 부담이 되니까 더 최선을 다해서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것 보다 원고에만 매달리게 되었고요.


Q 말씀해 주신 대로 작품의 소재가 굉장히 민감한 소재예요. 현재 진행형인 문제기도 하고요. 그래서 작가님이 이걸 어떻게 취재하셨을까, 이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 사실 부모님에게 들으면서 '와 이 얘기는 소름끼친다' 하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시작이었어요. 이런 걸 좀 알려주고 싶다, 하는 생각이 있었고요. 당시에는 저도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던 시기여서 약간 배배 꼬인(?) 면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을 내 이야기로 울려보고 싶다"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 나쁜 마음도 구체적으로 작품을 구상하기 전에는 조금 있었죠.

사실 취재는 인터넷을 통해서 먼저 사전조사를 많이 하고, 그 다음 크로스체크를 하면서 맞는 이야기인지 아닌지 걸러내는 작업을 굉장히 오래 했고요. 

 

Q. 그럼 혹시, 나눔의 집이라던지 생존자 할머님들이 계신 곳에 찾아뵈신 적도 있나요?

- 작품에서도 그렇고 독립군, 독립운동 이야기를 다루지 않았어요. 그것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생존자 분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는 담지 않았어요. 그것과 별개로 인사를 드리러 못 가겠더라고요. 찾아뵙기가 민망하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이 만화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 그러니까 일본군 '위안부'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작품 외의 형태로 내는 것이 맞는가 하는 의문은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물론, 가서 인사를 드리는게 도리에 맞다고는 생각했는데... 찾아뵙기가 너무 죄송스럽더라고요. 제가 어떻게 작품을 표현했건, 일본군 '위안부'를 소재로 이용했다는 죄책감 같은게 있어요. 말하자면 이 소재가 아니었다면, 독자님들이 여기에 이만큼 공감을 해 주셨을까, 소재를 통해서 제가 덕을 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 마음 때문에 사실 인터뷰 같은 것들은 다 거절했었어요. 작품으로만 봐 주십사 하는 마음에서요. 이번에는 상을 받게 되어서 거절할 수가 없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요. 

 

Q. 작가님의 작품은 강렬한 선과 색채로도 유명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어떤 점에 집중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연재를 준비할 때,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과 <타짜>를 정말 닳도록 봤어요. 선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봤거든요. 그러면서 읽으면서는 머리속으로 따라 그려 보고, 다 보고 나서는 제 나름의 느낌을 살려서 그려 보고, 연출도 흉내내 보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저만의 스타일이 만들어 진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허영만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개인적으로 한국 만화계의 보물같은 작품들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Q. 벌써 데뷔 10년차, 중견작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신다면?

- '아, 정말 놀고 먹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웃음). <곱게 자란 자식>은 연재 회차로 따지면 2년정도 걸리는 작품이었는데, 총 6년이 걸려서 완결되었거든요. 심지어 시작할 때는 5개월, 길게 보면 6~7개월이면 끝나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걸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게을렀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일찍 끝났으면, 빠르게 마무리짓고 차기작을 벌써 연재하고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곱게 자란 자식>의 연재가 길어진 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정말 수백번 수천번 포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지금 여기서 포기하고 다른 만화를 그려 버리면 그게 정말로 잘못을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요. 그래서 다른 만화도 안 하고, 여기에만 일단 매달렸어요. 주변 동료들도 '너무 힘들어하는 것 보다 차라리 빨리 끝내 버리는게 낫지 않겠냐' 하고 조언도 많이 해주셨거든요.

사실 저는 항상 빨리 끝내고 싶었어요. PD님들께도 "저는 정말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만화를 그릴 수 있었던 건, 작가분들의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이 되니까 작품에서 감정이 폭발하면서 막 달리게 되더라고요.

 

Q. '달리게 되었다'는 표현이 재밌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독자분들도 읽으시면서 '읽기 너무 힘들다'고 많이 말씀을 하셨던 부분이기도 해요. 감정적으로 극에 치닫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 마지막 부분을 그리기 전에 구상할 때, 등장인물들의 행동들을 상상하는데 눈물이 맺히더라고요. 상상만으로. 제가 평소에 눈물도 잘 없고, 잔 정도 많이 없는 사람인데 그걸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눈물이 맺히는 걸 보니 독자분들이 감정적으로 높낮이가 심한 장면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독자분들이 어느 정도 제가 의도한 대로 감정선을 따라가 주신게 아닐까 싶어요. 제가 표현이 서투르다 보니까 글로 표현하는 것 보다 그림 몇 컷을 더 그려서 설명하자, 하는 생각을 한 게 통한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조금 다른 얘기긴 한데, 그렇게 그리다 보니까 20대 체력만 믿고 그리다가 몸 다 망가지고 허리 디스크에 두 번이나 문제가 생기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주변 작가분들께 "운동 하세요"하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재활 운동 안 하려면 평소에 꾸준히 운동을 하셔야 달릴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Q. 차기작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어떤 작품이 될 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연재는 결정 되었나요?

- <곱게 자란 자식>과는 다른 결의 이야기를 다른 곳에서 보여드릴 것 같습니다. 현대물이고, SF요소가 살짝 섞여 있고요. 일단 그러면 표준어를 쓰게 됩니다. 그럼 가독성이 높아지겠죠(웃음). 또, 전작에서 조금 짜리몽땅한 캐릭터들을 많이 그렸는데 이 작품에선 팔다리 긴 시원시원한 기럭지의 등장인물들이 나올 겁니다. <곱게 자란 자식> 보다 읽기에 덜 힘든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밝은 이야기는 아닐 거고요.

올해 안에 연재가 시작될 거고요, 빨리 해야 하는데 또 상금을 받게 되어서...(웃음). 무조건 올해 안에는 연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Q. 오랜만에 찾아뵙는 독자분들께 인사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하느님, 부처님 위에 독자님이라고 말을 하거든요. 제가 작품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을 때 독자님들 반응이 없었으면 못 그렸을 거예요. 마음 속으로는 수천번을 포기했는데, 다시 독자님들의 반응을 보고서 작업하러 책상 앞에 앉게 되더라고요. 사실 업계 분들이랑은 일을 하니까 부딫히는 경우도 있는데, 독자님들 앞에서는 납작 엎드리는 자세로 겸손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버한다고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저에게는 항상 고맙고 은인 같은 분들입니다. 물론, 차기작을 하면 선플이 악플이 될 수도 있겠지만(웃음)... 앞으로도 좋게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잘못된 정보, 건의사항 및 기사 제보는 rarcissus@ariseobject.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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