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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시장에 다가올(다가올지도 모를) 이슈들

에디터 이재민

웹툰 시장에 다가올(다가올지도 모를) 이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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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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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2019년도 4/4분기에 접어들었다. 2019년, 웹툰 시장의 변화는 빠르고 성장 역시 가팔랐다.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매출액을 6천억원으로 전망했고, 카카오페이지는 추석 연휴 마지막날 일 최대 거래량 10억원을 달성했다. 영화화, 드라마화 등 미디어믹스도 이제는 주류가 되었다. 해외 시장에서도 우리 웹툰이 승승장구한다는 말이 흔하게 들린다. 하지만 여러 지엽적이고 단기적인 문제들 외에도, 앞으로 다가올 이슈들을 점검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을 했다. 이제 산업의 초입에 다가온 웹툰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웹툰의 법적 지위는?

 

현재 웹툰은 2012년 제정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만화진흥법)상에서 ‘디지털만화’로 분류된다. 만화진흥법 2조 5항에서는 디지털만화를 “만화를 디지털파일 형태로 가공·처리하고 이를 디스크 등의 디지털매체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만화”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정보통신망"이란 “「전기통신사업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하거나 전기통신설비와 컴퓨터 및 컴퓨터의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ㆍ가공ㆍ저장ㆍ검색ㆍ송신 또는 수신하는 정보통신체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전문을 확인해보면 담당 부서는 만화진흥법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산업과, 정보통신망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부서들이 담당하고 있다. 결국 웹툰의 법적 지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 창작의 관점에서 지원은 문체부가, 유통의 관점에서 심의 등은 과기부 또는 방심위가 맡고 있다. 물론 이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해석에 따라 책임자가 바뀐다는 것이 문제다. 2016년 10월 발간된 “웹툰 내용 규제체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2016. 10,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웹툰은 종이와 같은 유형물에 그려지는 것이라 아니라 전자 매체와 같은 무형물을 이용하여 제작될 뿐 아니라 ‘디스크 등 디지털 매체’와 같은 독립된 유형의 매체가 아닌, 범용 인터넷망을 통해 무형적으로 전송되기 때문에 명확히 웹툰이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만화’나 ‘디지털만화’에 포섭될 수 있을지 여부는 세밀히 판단 필요”라고 진단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선 불법 웹툰 단속 전담부서 등을 만들기가 어렵고, 지원이나 규율을 정할 때에도 명확하게 웹툰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 없어 얼마 전 ‘도서정가제’ 이슈와 같은 문제들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웹툰산업 성장의 최대 걸림돌인 불법웹툰 피해를 구제받기도 어렵다. 현재 방심위가 담당하고 있는 웹사이트 차단은 SNI 필드 차단으로 강화되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디지털 성범죄를 포함해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커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콘텐츠가 된 ‘웹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더 심해지는 양극화

 

네이버웹툰은 20위권 작가들의 수입이 연평균 17억원, 전체 작가 평균은 연 3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내 주변엔 한명도 없는데 누가 저렇게 버느냐’는 작가들의 반문도 나온다. 한쪽에서는 웹툰작가의 절반 이상이 3천만원 이하, 1주일에 6~7일간 일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소위 ‘압정형’ 수익구조가 일반화된 셈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이기도 하고, 웹툰이 ‘산업’의 단계에 들어갔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동안 이런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수천 작품 중에서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을 살펴보기엔 수십화에서 수백화씩 쌓여 있는 웹툰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하다. 때문에 독자들은 ‘검증된’ 콘텐츠를 찾고, 이런 흐름은 상위권 작품이 다시 강화되는 효과를 낳는다. 여기에 플랫폼의 프로모션은 환기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못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네이버웹툰의 AiRS 추천이나 카카오페이지의 키토크와 같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큐레이션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에게 ‘선택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다면, 영상화에 유리한 작품, 상업성이 높은 작품들만이 유통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그려진다. 일단 ‘입성’에 성공한 작가에겐 어느정도의 성공이 보장되고, 또 보는 세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작가들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비극도 벌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낙관도, 비관도 현재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성장이 지속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 침체기에 접어들거나 해외에서 라이벌 플랫폼들이 등장하는 때가 오면 과연 이런 양극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가 장기적으로는 웹툰 산업의 체력을 가늠할 기준이 될 것이다.

 

 

ILO 협약 비준, 그리고 만화계 협단체

 

최근 정부에서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제노동기구인 ILO에 가입되어 있지만 ‘결사의 자유’ 협약, ‘강제노동 금지 협약’등 핵심 비준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었고, EU는 우리나라가 ‘ILO 핵심 비준안’을 통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비준안 중 87조, 즉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노동자란,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때문에 ILO 비준은 노동행위를 하는 사람, 즉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등으로 주로 활동하는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법 개정안에는 노동계가 오래도록 주장해 온 ‘특수고용직 노동기본권 보장’이 빠져 있지만, 비준안 87조의 핵심가치가 ‘노동자 모두’에게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것을 생각하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서는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지금 제출한 법안도 통과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지만.

 

 

만약 법안이 개정후 통과되어 노동자로서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면 프리랜서라고 하더라도 산별노조 등의 우회를 거치지 않더라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 존재하는 작가 중심의 만화계 협단체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화계 협단체가 구심점이 되어 작가들의 권익을 위한 단체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이마저도 힘들어 보인다는게 문제다. 물론, 더 큰 문제가 남았다. 

 

앞서 말한대로 법 개정을 통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프리랜서의 노동기본권은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이번 정부의 제출안에도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의 노동기본권은 빠져있다. 다시 말하면, ‘근로자’가 아닌 노동자의 기본권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수직계열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네이버웹툰 등을 생각하면 정부의 말대로 “단체교섭을 할 사용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재발견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닥쳤을 때 대응하기엔 늦다. 최소한 어떤 변화가 다가올지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변화가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금까지 웹툰 시장이 가지고 있는 장기적, 잠재적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직까진 눈에 보이지 않고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앞으로 웹툰 산업이 한번은 거쳐가야 할 문제들이다. 문제는, 여기에 만화-웹툰 산업 구성원들이 얼마나 관심을 보이는지 여부다.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즐길 것이 넘쳐나는 시대다. 몇 년 전만 해도 “웹툰의 라이벌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라고 말하면 비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비 방식과 소비자가 완전히 다른데 어떻게 둘이 라이벌이냐는 핀잔도 들었다. 하지만, 웹툰과 유튜브, 그리고 넷플릭스 모두 주요 소비 디바이스가 스마트폰이고, 집중해서 봐야 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니까, 모두가 ‘소비자의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점유하느냐의 문제라는 말이다. 현재의 성공에 취해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웹툰이 우리의 시간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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