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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만화를 만든다? - '파이돈'과 AI

에디터 이재민

인공지능이 만화를 만든다? - '파이돈'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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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3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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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1970년대 ‘제 9의 예술’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만화는 종합예술이다. 시각예술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만화는, 다른 예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간다움’을 표현하는 고도의 창작활동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여기에 도전하는 새로운 존재들이 나타났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이미 2016년 일본의 한 문학상에서는 인공지능이 쓴 소설 두 편이 1차 심사를 통과한 바 있고, 2018년 10월에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5억원에 팔렸다. 3D프린트로 인쇄한 회화는 완전히 똑같진 않더라도 유화 물감의 두께까지 살렸다. 소니는 AI가 작곡한 음악을, 또 시나리오 작가로 대본을 쓴 단편영화 <선스프링>이 공개되기도 했다. 만화도 이런 도전을 받게 됐다. 바로 “31년만의 데즈카 오사무의 신작”이라는 문구로 홍보한 <파이돈>이다.

 

 

일본의 <모닝>에 실린 <파이돈>

 

 

* 인공지능, 어디까지 참여했나?

 

이번 프로젝트 “데즈카 2020”에는 일본의 인공지능 기업 키옥시아(Kioxia, 구)도시바 메모리)와 데즈카 프로덕션이 협업했다. 지난해 두 회사는 협약을 맺고, 수개월간 인공지능에게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학습시켰다. 그리고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 65점을 토대로 학습한 인공지능에게 “데즈카 오사무가 살아있었다면 어떤 만화를 그렸을까?”라는 질문을 답하도록 한 셈이다.

 

인공지능은 플롯, 캐릭터 디자인, 큰 틀의 설정을 만들었다. “정말 인공지능이 만든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데즈카 오사무의 장남 데즈카 마코토를 비롯해 데즈카 프로덕션이 참여, 전문가(인간)들이 세부적인 부분을 다듬고, 작품으로 엮어내는 역할을 맡았다고 알려져 있다. 정확한 참여 비율은 알 수 없다. 스토리 작가 역할을 한 것인지, 콘티까지 맡은 것인지, 스케치를 한 것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야기의 뼈대를 만든 것은 확실해 보인다.

 

* <파이돈>은 어떤 작품일까?

 

<파이돈>의 제목이기도 한 파이돈은 주인공이다. 2030년 도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작품은 파이돈이 로봇 새 아폴로와 함께 거리에서 생활하면서 사람들이 부탁하는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회차에서는 파이돈이 첫 사건을 입수하고, 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곳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마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이돈>의 첫 페이지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올드하다’, ‘조잡하다’는 평부터 ‘사람이 만든 작품보다 재미있다’, ‘양산형 작품보다 낫다’는 평가까지. 아직 1화만 공개되어 있고, 추가 회차가 언제 공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이르다. 다만 인공지능이 학습한 데즈카 오사무의 65작품은 최근 작품이 아니다. 그가 사망한지 벌써 31년, 전성기는 벌써 40년이 넘게 지났다는 점은 참고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참여도를 정확하게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만든 플롯으로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점은 놀랍다. 데즈카 프로덕션이 나서서 후작업을 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공지능이 만든 캐릭터에 프로덕션이 붙어 창작해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이 프로젝트가 가능한 것도, 또 이 프로젝트가 화제가 된 것도 ‘망가의 신’ 데즈카 오사무라는 이름 덕분이 아닐까.

 

* 잠재적인 문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또 다른 배경에는 인공지능이 학습한 65작품의 저작권을 데즈카 프로덕션이 모두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대륙법계 법에서는 인공지능 역시 창작물이기 때문에 AI가 작품을 ‘창작’하면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AI를 소유한 사람이 창작한 것으로 보고 그 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물론 AI의 저작재산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에서는 기본권을 가진 주체를 ‘자연인(유기적/생물학적 육체를 가진 인간)’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AI가 학습한 작품이 다른 저작권자의 작품이라면, 그것을 오롯이 창작이라고 볼 수 있는가? 참고한 작품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유사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참고작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윤리적인가? 공개한다면, 그 저작자의 기여도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또한 AI를 개발한 개발자의 기여도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불법’이라고 규정하기는 애매하지만, 인간에게 적용하면 비 윤리적이라고 볼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인공지능이 학습한 것을 ‘모방’하는가, 아니면 정말로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가에 대해서는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를 블랙박스 인공지능(Blackbox AI)라고 부른다. 반대로 이 과정을 모두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인공지능을 유리상자 인공지능(Glass box AI)이라고 부른다. 블랙박스 AI가 만든 작품은, 우리는 어떻게 이 작품이 나왔는지 확인할 수 없다.

 

만약 블랙박스 인공지능이 인터넷에서 무작위 작품을 학습한 다음 작품을 만든다면, 그리고 그것이 판매되기 시작한다면 인공지능이 학습하는데 사용한 작품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가 궁금해진다. 최소한 인간 작가들은 책을 사 보고, 강의를 듣는 등 비용을 지불하고 나서 창작의 단계에 접어들지만, 인공지능은 사실상 무제한적인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AI들이 이미 저작권 시효가 만료된 고흐, 렘브란트 등의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학습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대중예술로서의 만화는 아직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일종의 보호장치가 되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AI 작가들이 늘어나면 골치가 아프다. 인공지능 작가가 등장하면 인터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친숙한 알파고는 굉장히 뛰어난 AI지만, 우리는 알파고의 ‘지능’과 대화할 수 없다. 작품 속에 숨은 의도, 창작의 고통과 그 작가가 쌓아 온 경력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세계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직 나는 답을 내리지 못했다.

 

* 우리는 어디까지 왔나?

 

<파이돈>은 일본의 사례다. 우리나라는 그럼 어디까지 왔을까?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단연 네이버웹툰이다. 네이버웹툰은 W랩스라는 사내 연구소를 통해 인공지능 자동채색, 콘티 단계에서 펜선 작화를 완성해주는 인공지능을 개발중이다. 아직까지 상용화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ICCV 2019에서 공개한 자동채색 프로그램은 많은 작가들에게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도 했다. 또한 네이버웹툰은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 프로그램인 D2SF를 통해 성장한 ‘비닷두’를 인수해 인공지능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일본의 셀시스가 서비스하는 클립스튜디오 등 제작프로그램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 도구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년 W랩스가 ICCV에서 공개한 자동채색툴 시연화면 캡처

 

 

기업들이 ‘창작’보다 ‘창작 도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앞서 설명한 점과 같은 문제를 가진다. 개발상 어려움은 물론이고 거기에 더해 인공지능이 보고 학습해야 하는 작품들의 대다수가 저작권이 작가에게 있다. 특히 웹툰은 신생 콘텐츠이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파이돈>의 경우도 1화를 만드는데 수개월이 소요되었고, 2화가 공개되는 시점도 미정이라는 점은 “연재에 과연 적합한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결국 인공지능이 어떤 특이점을 넘어 창작을 직접 하게 되는 때가 오더라도 저작권법상의 문제가 분명 존재하고, 일단 인공지능이 직접 창작하게 만드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물론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우리의 이해를 뛰어넘는 발전이 일어나기 때문에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분명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염두에 두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플루토>의 한 장면

 

 

이런 예측과 별개로 <파이돈>은 분명 흥미로운 시도였다. 다만, 기계가 최고의 효과를 노리고 배치한 컷들에서 어떤 ‘예술성’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나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을 우라사와 나오키가 리메이크한 <플루토>에서 비를 맞고 있는 아톰이 처음 등장하는 컷에서 느꼈던 감동은 단순히 연출만이 아니라, ‘데즈카 오사무’와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작가들의 역사가 만들어낸 감동이 있었다. 인공지능이 이걸 재현할 수 있을까? 아직은 우리 이해 너머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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