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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영상진흥원에서 무슨 일이

에디터 이재민

만화영상진흥원에서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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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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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1998년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시작해 올해로 22년째 되는 부천시 산하 기관이다.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고, 작가들과 많은 만화 관련 업체가 입주한 곳이기도 하다. ‘진흥원’이라는 이름처럼 한국의 만화를 일으키고 부흥시키겠다는 목적을 가진 기관으로, 다양한 지원사업과 공모사업, 정책사업을 운영하며 진흥을 꾀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진흥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목소리는 공공기관이 가지는 한계나 지원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다. 진흥원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 진흥원 내부의 문제에 대한 비판이다. 같은 문제를 도돌이표로 이야기하다 보니, 말하는 사람도 지쳤고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질려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참다 못한 직원들이 부천시청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작년 같은 집회보다 인원은 몇배가 늘었다.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다면, 그 시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 A 간부직원의 비위사건과 내부 불만 고조

 

2018년 7월, 진흥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직원을 경찰에 고발한다. 한 직원이 자신의 컴퓨터로 작업을 하던 도중 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의 문서를 인트라넷에서 확인하고 상관에게 보고했고, 당시 안종철 원장은 “진흥원 임직원 직무관련 6조에 즉시 고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그에 따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2018년 4월 이미 부천시로부터 감사결과를 통보 받았지만, 인사위원회 정족수 미달 등을 이유로 해당 간부직원의 징계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문서를 확인해 보고한 직원을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두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당시 진흥원 직원들은 물론 부천시 관계자들 역시 주객이 전도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간부 직원의 논문 비위를 징계하라는 내용의 보고서에 접근권한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한 것이 경찰에 보고할 만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A 간부직원의 논문 비위는 당시 진흥원 이사로 있던 B 교수가 진행중이던, 진흥원이 발주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석사과정 중이던 A직원이 보고서 발표 전에 먼저 받아 논문에 사용한 일이다. 당시 A 간부직원의 지도교수가 B 교수인 점, 진흥원에서 국비로 진행하는 사업의 보고서를 먼저 받아 자신의 논문에 사용한 점, 그리고 이후 감사에서 17곳이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때문에 2019년 9월에는 해당 간부직원의 논문과 학위가 취소되기도 했다.

 

결국 2019년 2월, 진흥원 이사회가 결성한 조직혁신위원회가 공정한 인사제도 시행, 엄정한 조직쇄신과 인적청산, 조직문화 혁신, 미래지향적 비전과 교육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안종철 원장의 사퇴 이후 2019년 1월 부임한 신종철 원장이 한달만에 감행한 인사에서 A 간부직원을 주요 보직에 배치해 논란이 됐다. 당시 해당 직원은 논문비위 뿐 아니라 특정 심사위원을 부천만화대상 심사에서 배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아 부천시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 쇄신은커녕 오히려 자신의 비위행위를 제보한 것으로 의심 가는 직원들에 대한 교묘한 보복과 업무방해를 일삼고 있다며 새노동조합이 규탄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안종철 전 원장의 비위를 공익신고한 직원의 신원을 퍼뜨리는 등 공익신고보호법 위반으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흥원의 징계는 일시적인 보직해임 정도에 그쳐 내부의 불만을 키웠다.

 

 


 

* 인트라넷 글에 정직 2개월?

 

여기에 진흥원에서는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서 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공정평가운영단’의 운영이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공정’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직원과 ‘적극 공감한다’는 뜻을 댓글로 남긴 새노조위원장에 정직 2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논문비위, 심사위원 부당배제 등에 대한 징계와 비교하면 인트라넷에서 운영을 비판한 신의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내린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진흥원 노동조합에서는 당시 “바른소리를 하는 직원을 길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진흥원은 최근 취업규정, 인사규정을 일부 개정하겠다고 통보하는 등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번 징계가 노동조합을 무시하고 탄압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결국 2년간 각종 감사, 위원회를 꾸렸지만 A 간부직원에게 제대로 징계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었던 것이 노동문제로 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21일 집회에는 진흥원 직원들은 물론 한국노총 공공노동조합연맹, 한국노총 김포부천지부 등이 참여했고, 여성만화가협회 등 만화계 관계자들도 함께 자리해 연대발언을 했다.

 

2년간 같은 사건으로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결과의 이유를 소상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같은 질문이 반복되고, 비판의 강도는 높아지게 된다. 진흥원 직원들이 거리에 나와 집회를 열게 된 것도 지난 2년건 제대로 된 의견개진과 토론이 없었다는 것의 반증이다.

 

의견이 충돌하며 토론과 논쟁이 격화되는 것은 조직 발전에 도움이 된다. 당시에는 고통스럽지만 결국 발전적인 결과를 내놓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통이 이 시대의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소통을 이야기하며 취임한 신종철 원장의 진흥원은 적어도 밖에서 보기엔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참여자들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의문과 문제제기에 징계로 답하는 기관의 공공성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진흥원 새노조는 집회에서 “A 간부직원의 징계를 심의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진흥원을 믿을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전했다. 직원의 신뢰를 잃은 지도부와 인사위원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제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만화인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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