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초거대 시장, 중국: 모바일 소비에 친숙한 젊은 세대

* 엄청난 성장세와 투자

* 밀폐된 시장: 검열과 규제

* 시장을 믿을 수 없다

 

웹툰시장의 글로벌 진출이 어느때보다 활발하다. 예전에는 맨땅에 헤딩 하듯 개척자 정신을 가지고 뛰어들어가서 웹툰을 알렸다면, 이제는 '웹툰'과 '만화'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여기엔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가 발로 뛰면서 직접 북미시장에 뿌린 씨앗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다. 그렇게 뿌려진 씨앗은 전 세계에서 한국의 웹툰 작품이 받아들여지고, 스크롤 만화가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지금, 중국 시장을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업계인들이 늘었다.

중국 시장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언제나 매력적인 것에는 위험성이 깃들어 있다. 오늘은 중국 시장의 대략적인 모습을 파악해보자. 어느정도 중국 시장의 윤곽이 보인다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지 모른다.

 

* 초거대 시장, 중국: 모바일 소비에 친숙한 젊은 세대

중국은 단일 시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인도가 중국만큼 인구가 많지만, 구매력을 생각하면 중국과 아직 비교할 수 없다. 14억명이 매일같이 소비를 일으키는 단일 언어권 시장은 중국이 유일하다. 단일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장인 만큼, 중국은 엄청난 메리트를 가졌다. 성공만 하면 말 그대로 '대박'이 눈에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전세계를 지배한다는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2억명을 겨우 넘었고, 앞으로 잠재력이 두렵다고 온 세계 콘텐츠 시장이 벌벌 떨고 있는 디즈니+의 가입자는 1억명 수준이다. 중국판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아이치이(iQiYi)는 작년 출범 5개월만에 가입자 5천만을 넘겼고, 2020년 유료 구독자만 9천만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단일 시장에서만 넷플릭스 가입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중국 시장의 가장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아이치이 홈페이지

 

또한 중국에 전세계의 돈이 몰리면서, 구매력과 경제력 면에서 타 시장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점 역시 메리트다. '주링허우세대(九零后世代)'라고 불리는 90년대생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소비에 적극적인 세대다. 이른바 '2기 소황제 세대'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산아제한정책으로 인해 형제 없이 홀로 자랐고, 덕분에 많은 지원을 받고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세대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 모바일 중심의 소비에도 익숙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 수닝이거우(苏宁易购)에서는 주링허우 세대의 소비 비중이 40%에 달했고,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은 95년 이후 출생한 '95허우(后​) 세대였다.

애플이 13년만에 처음으로 발표한 앱스토어 매출액은 5,190억 달러였는데, 그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거의 절반에 달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중국 내 애플 iOS 점유율은 30% 미만으로 추산되는데도 매출액은 2,460억 달러에 달했다는 점이 중국 시장의 파괴력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이 지점은 웹툰에도 긍정적이다. 온라인을 통한 인앱결제를 통해 감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웹툰은 온라인 구매에 친숙한 유저가 많은 환경이 중요한데, 중국은 이 지점에서 이미 환경 자체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다.

 

* 엄청난 성장세와 투자

뿐만 아니라 웹소설 시장이 엄청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웹툰 진출에 구미가 당기게 하는 요소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28억위안으로, 한화 약 2조원에 달한다. 더군다나 '서브컬처'로 분류되는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 2018년 나스닥에 상장한 서브컬처 종합 콘텐츠 플랫폼 빌리빌리(Bilibili, 哔哩哔哩)는 이런 점을 활용해 시험(!)을 보고 정회원(레벨 1. 레벨 6까지 등급이 존재)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연간 233위안(한화 3만 8천원 가량)을 내고 가입하는 유료회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2020년 3분기에 빌리빌리가 발표한 정회원 숫자는 9,700만명으로, 남북한 인구를 합친 것 보다 빌리빌리 정회원 숫자가 많다.

 

코트라(KOTRA)가 만든 빌리빌리 성장률과 유료사용자 수(단위: %, 만 명)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만화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이다. 최대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는 콰이칸은 텐센트로부터 1,750억달러를 투자받았고, 빌리빌리는 텐센트로부터 3천억원, 소니로부터 4천억원을 투자받았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는 중국 내 만화 전문 제작사들에도 수백억원~수천억원 단위의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시장이 활활 타오르다보니 제작사의 숫자도 엄청나게 늘었다. 텐센트가 직접 투자를 단행한 제작사만 20개가 넘고, 경쟁시장에서 엄청난 숫자의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허수가 존재한다. 플랫폼 수는 많지만,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 12월 14일(월) iOS 앱스토어의 '도서' 매출 기준으로 TOP 100 안에 든 만화 전문 플랫폼은 빌리빌리 만화(5위), 텐센트 동만(10위), 콰이칸(12위), 동만만화(22위), U17(33위), 만만만화(37위), 칸만화(56위), 웨이보동만(59위), 레진코믹스(86위), 코믹뱅(96위)등 10개다. 심지어 10개 플랫폼 중 네이버웹툰의 서비스인 동만만화와 레진코믹스, 일본 플랫폼인 코믹뱅을 제외하면 7개 플랫폼만이 '도서' 카테고리의 TOP 100 안에 들만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하고, 경쟁에서 이겼을 때 보상 역시 확실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플랫폼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엄청난 시장 규모, 그리고 압도적인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물량공세는 중국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충분하다. 거기에 빌리빌리, 텐센트, 콰이칸, U17처럼 상위권에 랭크된 플랫폼 모두 우리 만화를 유통한적이 있거나 유통하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은 희망적이다. 또한 웹소설 원작의 작품과 여성향 작품이 2020년 들어 크게 늘었다는 점, 다양한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이미 검증된 우리나라 웹툰에는 긍정적인 신호 중 하나다. 이 때문인지 카카오페이지는 텐센트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 합작 플랫폼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 밀폐된 시장 : 검열과 규제

그러나 중국 시장은 매력적인 만큼, 리스크도 큰 시장이다. 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지만, 중국 시장은 밀폐된 시장과 비슷하다. 먼저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 정부 당국의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고, 때문에 현지 사정에 맞춰 로컬라이징을 해야 하는 것 외에 플랫폼의 요구에 맞춘 추가 소요가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이건 어떤 나라에 진출하더라도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이지만, 중국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정부에 의한 '진짜' 검열과 규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 정부에서는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중 해외 콘텐츠의 비중을 30% 이상 늘릴 수 없게 제한했다. 또한 해외 플랫폼의 직접 서비스를 제한하고, 콘텐츠 유통만이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넷플릭스 역시 중국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아이치이 등 일부 플랫폼에 서비스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콘텐츠 검열 기준이 명문화된 규정이 없고,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점이다.

 

시사풍자가 많이 등장하는 "보 잭 호스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중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며 티저 영상까지 올라왔던 <보 잭 호스맨>의 경우 2017년에 예고편이 올라왔는데도 '수정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3년째 예고편만 공개되어 있는 상태다. 2019년에는 텐센트 비디오에서 독점 제공하던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 시즌인 시즌 8의 최종화, 시리즈 전체의 피날레가 공개 한시간 전에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공개되지 못했다. 이 시기는 미중무역분쟁이 점차 심각해지던 단계여서 사회 풍자극과 정치 판타지를 다루는 두 작품이 중국 공산당의 타겟이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한 상태다.

IP확장의 측면에서도 중국은 굉장히 폐쇄적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IP확장이 이제 시작 단계에 있는 중국에서는 IP확장이 중국 자국 콘텐츠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가 중국에서 인기를 모은 적은 있지만, 한국 원작 웹툰이 중국에서 영화나 드라마화 된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한한령'이 본격화된 2016~17년 이후에는 원래도 적었던 사례를 아예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처럼 중국의 검열과 규제는 명확한 기준이 있어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그때그때의 정치적 이벤트나 외교 관계에 따라 콘텐츠 검열이 심해지기도 하고, 은근슬쩍 풀리기도 한다는 점이 중국 시장이 가지는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2017년 10월,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하고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을 손에 넣은 이후 한국 관련 콘텐츠가 공식적으로 서비스되는 중국의 '주류'문화에서 싹 사라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브컬처계에 완전히 자리잡지 못한 한국 콘텐츠는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 시장을 믿을 수 없다

이런 중국 정부의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믿고 계약했는데 런칭도 하기 전에 콘텐츠 공개가 불가능해지거나,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어 다음 계획이 무산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웹툰의 경우에는 회사의 상당 부분이 위태로워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맞을 수 있다. 다행히 웹툰은 아직 중국에서 대중문화라기 보단 '서브컬처'로 취급되는 경향이 커서 큰 영향은 받고 있지 않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규제안이 등장하는 등 점차 촘촘해지고 있다는 점이 안심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 자체를 믿을 수 없는 환경도 일부 존재한다. 2020년 4월 7일, 미국의 울프팩리서치는 37쪽짜리 보고서를 내고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가 분식회계를 통해 매출과 자산을 뻥튀기했다고 폭로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직접 아이치이의 전, 현직 직원을 인터뷰하는 등 몇달씩 실제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면서 "아이치이가 2019년 수익을 최대 2조 2,400억원까지 부풀린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가입자 수 역시 실제 가입자보다 60% 가량을 뻥튀기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부정을 감추기 위해 지출 비용, 콘텐츠 가격, 광고 수익을 비롯해 자산의 가격까지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4월 2일에는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 커피의 회계부정이 공개되기도 했다. 큰 기업들조차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계약관계에서도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큰 리스크로 꼽힌다. 

 

<목욕의 신>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공동 개발중이던 감독이 만든 영화 <목욕의 왕>

 

또한 최근에는 중국의 한 영화감독이 <목욕의 신>을 영화화하기 위해 논의하다가 계약이 무산되자 공동 개발한 시나리오를 자신의 원안이라고 주장하며 몰래 별도의 투자사를 찾아 영화를 제작했고, "목욕의 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2월 11일 개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점은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업체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누굴 믿고, 누구를 믿지 말아야 할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 저작권 침해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었지만, 아직까지 큰 실효성은 없다는 점, 그리고 자국 콘텐츠 침해에는 적극 대응하지만 해외 콘텐츠 침해에는 미온적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플랫폼은 적극 대응을 원하지만, 정부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나오는 건, 다른 시장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중국의 시장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점은 단시간 내에 고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중국에 외국인이 법인을 세울 때에는 반드시 중국인의 지분 비중이 51%를 넘겨야 하는 등 시장이 형성되는 규칙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다. 

 

중국은 그 규모나 구매력으로 볼 때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가장 매력적인 시장임엔 분명하다. 다만, 매력적인 만큼 리스크도 큰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은 '한한령' 외에도 동북공정 이슈, 최근 불거진 '한복' 이슈 등 중국과 잊을 만 하면 부정적 이슈가 생겨나는 관계에 있다보니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없다면 콘텐츠 공급을 위탁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텐센트와 합작해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서비스를 준비중인 카카오페이지는 논외로 하고 한국에서 텐센트를 통해 진출한 네이버나 직접 서비스를 꾀한 레진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한 중국 맞춤형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도 적합한 전략은 아니다. 중국 역시 트렌드가 엄청나게 빠르게 바뀌고 있고, 스튜디오 창작은 물론 웹소설 원작 작품 역시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인기 있는 웹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툰을 이기기는 어렵다. 애초에 '출신' 자체가 외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글로벌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방법이 가장 적합해 보인다. 가깝지만, 가장 먼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또한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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