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눈을 통해 바라본 조선 이야기, 유승진 작가의 '포천'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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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눈을 통해 바라본 조선 이야기, 유승진 작가의 '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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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에게 ‘사극’이 다루는 시대는 조선시대다.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는 굉장히 많다. 드라마, 영화, 소설 그리고 만화. 유승진 작가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을 전문으로 그리는 만화가다. 저스툰에서 새로 연재되고 있는 작품인 <포천>은 유승진 작가가 사극을 그리기 시작한 첫번째 만화이자 데뷔작이다. 2009년 스포츠동아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다시 웹툰으로 부활시킨 것이다.

 


 

사극은 고증이 생명이다. 유승진 작가는 조선을 배경으로 만화를 그리는 이유를 ‘고증이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철저한 고증이 없으면 독자들도 그 빈틈을 알아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작가는 <포천>의 제목부터 이 함정을 피해갔다. 포천(抱天)은 ‘하늘을 품는다’는 뜻과 또 다른 뜻인 영어의 Fortune(운, 점괘)으로 두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점괘로 하늘을 품는’ 주인공은 조일전쟁(흔히 임진왜란으로 알려져 있는) 즈음 활동했다고 설정한 ‘이시경’이라는 가상의 점쟁이다.

 

<포천>은 이시경이 조일전쟁 즈음 활동하며 남긴 서적을 ‘고산자’가 발견하면서 시작한다. 이시경은 조일전쟁, 16세기 말의 사람이고, 고산자는 19세기 중엽에 활동하던 사람이다. 그런 이시경이 “백두산을 세번째 오르는” 고산자에게 책을 남긴 것이다. 이시경은 예언서에 자신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곳들의 이름을 남기고, 마치 시간여행자라도 되는 것처럼 정확한 예언을 남긴다. 때문에 고산자는 책을 흥선대원군에게 바치고, 이 책은 돌고 돌아 이토 히로부미에게, 그리고 박정희에게 이어진다는 설정이다.

 

[ 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

 

이처럼 방대한 예언을 남긴 이시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작가는 사극을 재구성한다. 조일전쟁과 일제강점기라는 일본에 의한 침략을 시대를 달리 해 재구성해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역사의 이야기들을 작가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은, 다양한 지역 사투리뿐 아니라 이제는 쓰지 않는 고어를 맛깔나게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말이 풍부한 어휘를 가진 언어라는걸 다시한번 깨닫게 되는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면면이 우리나라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사람들이고, 야사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실제 이야기처럼 버무려 내기도 하기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하지만, 사극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아쉬운 지점도 분명 있다. 2009년 작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묘사나, 작중 등장인물들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게 다가온다. 물론, 스포츠 신문에 연재되던 작품임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재연재 되는 현재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재연재를 하면서 이미지 위에 글자를 덮어쓴 흔적이 눈에 띈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게 되던 장면들이 구판의 텍스트와 겹치면서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된다.

 


 

<포천>은 가상의 점술가 이시경의 눈과 그의 예언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현대를 살고 있는 작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풍부한 어휘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을 한꺼풀 벗겨낸 모습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데도 제대로 다루는 작품을 찾지 못한 사람이라면, 사극 장인 유승진 작가의 데뷔작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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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 작성자 : 이재민
  • 작성일 : 2018/01/29 - 00:35
  • 소개글
2017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우수상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평론공모전 기성부문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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